KLPGA 임시 총회 전경 <사진=와이드스포츠 DB>

[와이드스포츠 유서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12대 구자용 회장이 물러나고 오는 29일 총회를 통해 13대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구자용 회장은 KLPGA 투어를 급성장시켰고, 올해는 33개 대회에 총상금 212억 원(212억) 규모로 사상 최초 총상금 200억 원을 돌파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새로운 13대 회장은 KLPGA 투어를 미국에 이어 세계여자골프 2대 투어로 승격시키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큰 책임을 맡고 있는 회장 취임에 대해서는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KLPGA의 막중한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수석 부회장 선임에 대한 것은 안개 속에 쌓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강춘자 수석 부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1월 28일 수석 부회장에 선출된 뒤 현재까지 그 직책을 맡고 있다.

그동안 KLPGA 회장에는 대기업 총수를 추대하는 방식을 취했고, 수석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대의원 과반수가 참여해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선출된다.

한번 뽑힌 임원들의 연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의원의 선택을 받으면 끝이다. 그러나 이 대의원들의 선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임원이다. 이중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이가 수석 부회장이라는 건 골프계 사람이면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강 수석 부회장이 연임하는 건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인 셈이다.

2011년 말 KLPGA 내분의 주역이었던 강 수석 부회장은 천신만고 끝에 구자용 회장과 함께 12대 수뇌부에 선출됐고, 내분으로 얼룩진 KLPGA를 봉합하면서 투어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큰 힘을 보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LPGA 내외부 살림을 맡고 있는 강춘자 수석 부회장. <사진제공=KLPGA>

KLPGA 투어는 세계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 제도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해외 투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세계 2대 투어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뛰어넘어 미국 무대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수석 부회장직에 미국 남녀 투어의 팀 핀첨과 마이크 완 커미셔너처럼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커미셔너(commissioner)란 말 그대로 관리를 위해 전권(全權)이 위임된 최고 책임자를 뜻한다.

핀첨은 뛰어난 경영 수완으로 1994년 취임 초 5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PGA 투어를 올해 3억3310만 달러(한화 3968억 원)의 돈 잔치를 펼치도록 키웠다.

완 역시 2010년 연간 23개 대회에 총상금 4000만 달러였던 LPGA를 33개 대회에 총상금 6310만 달러(758억 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흥행을 좌우할 TV 중계도 과거 남자 대회에 밀려 녹화 중계가 잦았지만 미국 4대 방송사와 계약하는 등 이제 거의 생중계로 안방에 전달되고 있다.

이에 LPGA 투어는 완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2014년 2020년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했다.

KLPGA 수석 부회장은 단순히 자리를 자주 비우는 회장의 업무를 대신하는 직책이 아니다.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회장을 도와 투어의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소화해야 한다.

이제껏 수석 부회장과 부회장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선수출신들로 채워졌다. 골프계 사정을 잘 모르는 회장을 돕는 것은 물론 지금에 있기까지 힘썼던 선배들을 존중한 처사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후배들의 깊은 존경을 받을 때 선배는 스스로 후배의 앞길을 열어 주는 지혜를 보여줘야 할 때다.

유서근 기자  yoo6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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