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작년 1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대의원들은 연임을 간절히 희망하는 구자철 회장 대신 김원섭 풍산그룹 고문을 19대 회장으로 선택했다.

당선자시절 김원섭 회장은 회계사와 노무사를 포함한 인수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만 무성했던 임직원 비리의 실체가 하나, 둘씩 드러났다.

구자철 집행부의 전무이사였던 Y는 회원들의 경조사비를 현금으로 수령해 아예 전달하지 않거나 일부만 내고 뒷주머니를 챙기는 ‘삥땅’을 밥 먹듯 했다. 전무이사 재직 중 경조사비로 수령한 돈 만 약 1800만원이다.

또 법인카드 내역 중 상당 부분이 업무와 관련 없는 자신의 집 주변에서 사용됐다고 한다. 1억여 원이 넘는 연봉과 업무추진비 및 판공비를 별도로 받는 것도 모자란 모양이었다.

구 회장의 취임과 함께 특채되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출신인 K대리의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심각하다.

K대리는 2020년 입사 후 2021년까지 약 650만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엔 무려 3억3000여만 원을 사용했다.

KPGA는 직급에 따라 허용되는 결제 금액이 있다. 그 이상의 결제를 할 경우 품의서 작성 및 보고 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대부분의 품의서가 누락됐다. 또 휴일 및 근무 외 시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액을 법인카드로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구 회장의 수행비서로 대표이사를 했던 K 또한 K 대리 법인카드로 700만원이 넘는 최고급 라이카 카메라를 구입하고 자신의 법인카드로 260여만 원 상당의 영어 학원 등록비 등 소명이 되지 않는 거액을 사용했다.

KPGA 관계자는 “K대표와 K대리가 법인카드를 일부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시인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상근직이 아닌 K 업무감사가 구 회장 후반기 2년 동안 법인카드로 사용한 돈이 무려 4500만원이란 후문도 있다. 사실이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 회장 임기와 동시에 마케팅 실장으로 영입된 P는 일감을 몰아 간 대행사 대표가 이익의 절반을 P에게 상납했다는 양심선언까지 나왔다. 이런 사실은 약 1개월간의 인수위 활동에서 밝혀진 배임수죄에 해당되는 비리다.

인수위원회는 애초 보고서가 작성되면 모든 회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KPGA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 및 수사 의뢰를 공언했지만 1년이 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범죄를 인지하고도 묵인하는 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모든 사법적, 도덕적 책임은 오롯이 김원섭 회장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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