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상급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원아시아투어 호주PGA챔피언십 첫날 경기가 끝나자 국내 언론은 '무명 최준우' 1라운드 깜짝 선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달았다. 기사가 말해주듯 프로골퍼 최준우(33.현대백화점)는 철저한 무명이었지만 아마추어시절 세계 최강자로 해외 아마추어대회 통산 10승을 올리며 1998년 월드주니어랭킹 8위에 오른 '유망주'였다.

"저 역시 골프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11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어요. 학교 공부 끝나고 연습하는 취미생활이었죠."

▲ KPGA 최준우(33.현대백화점)

10대 후반에 프로에 데뷔하는 주니어선수들과 달리 스물일곱 늦은 나이인 2006년 프로로 전향했다. "사춘기가 왔는지 어느 날 갑자기 골프에 재미를 잃었어요. 흥미를 잃다 보니 연습도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고민이 많았죠. (웃음) "

골프채를 놓은 그는 공부를 했지만 공부 또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바엔 군대를 가야겠다 맘 먹고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2003년 군입대를 했어요. 군생활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재미있었고 저에겐 편히 생각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대 후 다시 골프채를 잡은 그는 200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Q스쿨에 도전 4위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문했다. 하지만 17개 대회에 출전 8개 대회에서만 컷 통과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주위의 기대만큼 적응하지 못했고,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로 자리를 옮겼지만 2년 연속 Q스쿨을 가야 했다.

아마추어시절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으려는 최준우에겐 시련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결혼 후 마음에 안정을 되찾은 그는 2010년 KPGA 한양수자인파인비치오픈에서 3위의 최고성적을 기록하며 잠시 잊었던 꿈에 도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힘이 솟는다고 할까요?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 올 시즌 '화이팅'을 외치는 최준우

KPGA투어 시즌이 모두 끝나고 아내와 아들 민준이를 데리고 타이거 우즈(미국)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원아시아투어 호주오픈에 참가해 공동 29위를 차지하고, 다음 대회인 호주 PGA챔피언십 첫날 공동 1위까지 오르는 선전을 펼친 끝에 최종라운드에서 공동 19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KPGA와 원아시아투어 시드를 가진 최준우는 "프로선수로서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에게 믿음직한 남편과 얼마 전 첫 돌을 치른 민준이의 자랑스런 아빠로서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올 시즌 잠시 잊었던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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