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선수들의 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그린 자켓을 입는 것일 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프로 출신 박세웅(34.골프존) 역시 같은 꿈을 꾸었다. 그러던 그가 필드의 꿈을 접고 스크린골프로 자리를 옮겼다.

박세웅은 주니어시절부터 골프를 했다. 1995년 전국 국제그린배 중고 골프대회 개인 및 단체전 우승이 전부였지만 2004년 KPGA 정회원에 입회하며 한국남자골프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시드를 가진 투어프로라지만 정규대회 출전 경험이 없는 그는 미국PGA 투어에 도전하기 위해 하와이로 떠났다. 그리고 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소니오픈 월요예선에 출전해 8언더파 64타를 쳐 '먼데이 퀄리파잉(Monday Qualifying)'을 1위로 통과해 본선에 오른 한국 최초의 선수가 됐다.

▲ 박세웅(34.골프존)

-무슨 마음으로 출전했나?
남자선수들의 꿈은 PGA 투어다. 경험은 없지만 도전하고 싶었고,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게 계기가 됐다. 소니오픈 월요예선이 목적이었지만 전지훈련이라 생각했고, 떨어져도 잃을게 없었다.

-본선에선 어떻게 됐나?
예선 탈락했다.(웃음)

-그때 얘기 좀 해 달라
얼마 전 WG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압하고 우승한 헌터 메이헌(미국)이 Q스쿨을 통과해 '루키'로서 첫 대회였는데 같은 조에서 플레이 했다. 드라이버 거리는 내가 더 많이 나갔다. 하지만 골프는 비거리가 전부가 아니다. 온 그린에 실패했을 때 파 세이브가 힘든 상황인데 메이헌은 파를 잡아냈고 나는 보기를 범했다. 숏 게임에 실력차이를 절감했지만 숏 게임만 보강한다면 미국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스크린에서 포즈를 취한 박세웅(34.골프존)

박세웅은 그 후 두 차례 더 소니오픈 월요예선에 참가했지만 연장에서 탈락하며 더 이상 PGA 무대는 밟을 수 없었다. PGA투어 도전을 잠시 뒤로 미룬 박세웅은 2007년 신한동해오픈 6위, KPGA선수권 10위. 삼능 애플시티오픈 8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우승을 이루진 못했다.

-직업을 바꾸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신뢰였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골프존에서 후원했다. 3년의 계약기간 동안 성적을 내지 못해 2부 투어로 떨어졌는데도 정규투어 상위권 선수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줘 항상 고맙게 생각했는데 대리로 입사 제의가 들어 왔다.

-투어프로 출신이라 아카데미(레슨)를 한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텐데 왜 월급 받는 직장생활을 선택했나?
투어선수들이 시드를 잃으면 골프연습장에 갇혀 레슨을 하는데 답답해 보였고, 레슨을 해 성공한 프로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골프 말고 할게 없어 어쩔 수 없이 레슨을 하는 프로들이 더 많다. 그래서 주니어시절부터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학교에 가 잠이 부족해 졸더라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하며 공부를 했다. 대학과 대학원 생활도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 골프를 했으면서도 골프선수 친구들은 거의 없고 일반 직장 생활하는 친구가 더 많다. 현재의 수입이 그들보다 적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업어 만족하고, 안정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어 축복 받은 것 같다.


-스크린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데?
회사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 3월말이면 언론을 통해 공개 된다.

-골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가 골프선수로서 성공하는 건 소수다.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을 때 뭘 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뉴질랜드처럼 골프선수들이 학교수업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장에 있는다고 해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과 후 3~4시간만 집중력을 키워 연습해도 충분하다.

공부를 꾸준히 한다면 골프선수 말고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골프와 관련된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다. 골프와 공부를 병행한 선수출신이 현재 많은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됐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다방면에 경험을 쌓고 싶었던 내 어릴 적 소망이 골프존 입사로 이루어졌고, 막상 회사에 들어 와 보니 내 경험을 살려 골프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투어선수 생활을 접고 직장생활을 하며 새로운 목표인 골프장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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