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준상(20)

황준상(20)과 첫 만남은 '제5회 퍼펙트골프 CHARITY 프로암 오픈'이다.

KPGA나 KLPGA 정규대회에 앞서 열리는 프로암과는 달리 이 대회는 KPGA, KLPGA투어프로, 정회원, 준회원과 아마추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수익금과 성금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순수 자선대회로 주최측은 골프유망주를 초청했다.

이 대회 초청선수로 출전한 황준상에 라운드를 지켜 보며 '실력 있는 선수가 왜 정규투어에 합류하지 못하고 세미프로일까?'라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그 만에 사연이 있었고, 필자는 그를 다시 만났다.

그 역시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 황규철씨(48)는 "골프를 하면서 가족과 라운드를 하는 작은 소망 때문에 준상이에게 골프를 가르쳤다."고 한다. 저동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한 골프는 3년간 운동과 취미를 겸하며 주말에 가족과 라운드를 가졌다. 외동아들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그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에 골프를 더 열심히 했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지만 실력은 쑥쑥 자랐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골프선수로 나서 골프부가 있는 경성중학교에 입학했다. 취미와 선수로서의 골프는 차이가 커 골프가 싫어졌다.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아들로서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주니어 시절도 그랬고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니 어느 한계점에선 골프가 늘지 않았어요."

▲ 체리티 프로암 오픈에서의 황준상

중3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히 거리를 내보내면서 골프가 잠시 재미있어졌다. 280야드의 평균 비거리는 아이들에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비록 지역대회지만 톱5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화이트에서 프로 티박스로 옮기면서 거리를 더 내보내려 스윙스피드를 끌어 올리다 입스가 찾아왔다.

6년 만에 겨우 재미를 느꼈지만 더 이상 클럽 잡기가 싫었다. "입스 때문에 더 이상 골프를 할 수 없었어요.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놀다 보니 학생으로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쳤는데 그 동안 골프 한다는 핑계로 공부를 하지 않아 친구들을 따라 잡으려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해야 할 정도였어요.(웃음)"

뒤 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친구들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고민에 빠진 그는 "이러다 내가 사회에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닌가…. 공부는 때를 놓쳤고,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했던 골프를 잘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는 보기 싫었던 채를 잡았어요."

'예전엔 부모님이 원하는 골프였지만 지금은 내 자신이 원하는 골프'라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모든 걸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스윙 교정에 들어갔다. 코치를 바꾸고 '똑딱볼'부터 시작했다. 6년간 몸에 밴 잘못된 스윙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싸움에서 1년 만에 KPGA Q스쿨 1차전 통과로 준회원 자격을 얻고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스윙이 본 궤도에 오르자 올 시즌 2부 투어 7회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가능성을 맛 봤다.

그는 지난 8월 퍼펙트골프 CHARITY 프로암 오픈에 초청 받아 출전하며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의미에서 100만원을 선뜻 기탁하는 선행을 보였다.

충북대 1학년을 휴학한 그는 자신의 목표를 'PGA투어' 입성으로 잡고, 9시간 연습하고 시즌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최경주 프로를 가장 존경한다."며,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게 꿈" 이라고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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