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김미현

(영종도=최웅선 기자)"작은 한국 땅에서 작은 사람이 가서 큰 나라 미국 땅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 주고 몇 년 동안 미국 갤러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LPGA하나외환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을 하루 앞둔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슈퍼땅콩' 김미현(35.KT)은 LPGA투어 선수 생활 중 한국인으로서 가슴 뿌듯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2007년 LPGA투어 샘그룹 챔피언십은 유난히 코스가 길었고 대회 전 폭우까지 쏟아져 컷 통과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연습라운드 때 비가 많이 왔고, 코스가 길어 기대를 하지 않은 대회였는데 줄리 잉스터와 연장까지 가 우승했다.

'우승한 것도 복인데 복 받은 상금으로 미국의 어려운 사람을 돕게 됐다'는 '슈퍼땅콩' 김미현은 작지만 거인이었다.

국내 무대 11승과 LPGA투어 8승을 거둔 그는 "너무 갑작스럽게 은퇴를 밝혀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1월 발목과 무릎을 수술하고 7월까지 재활훈련을 했지만 선수로서 18홀을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9홀을 돌면 아파 나도 모르게 절뚝 거리는 데 다른 선수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며,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려 지도자로 새 삶을 꾸려 나가겠다."고 말해 후진 양성에 뜻을 밝혔다.

또한, 2년 전 주니어들과 동계훈련에 대한 경험담으로 "우리 때는 골프만 죽어라 했다. 연습하고 또 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지금은 골프에 도움이 되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계적으로 한다. 그러나 요즘 주니어들은 조건이 좋아졌는데도 불구 우리처럼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 뒤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노력하는 선수와 승부욕이 강한 선수를 발굴하겠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과 가족에게 감사한다'는 그는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인터넷에서 지도를 프린터 해 밤을 새워 대회장을 이동했던 추억을 되살리면서, "골프가 버디 하기는 어려워도 보기 하기는 쉽다. 철저하게 준비한 후 미국으로 진출했으면 한다."며, "미국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못해 손해 본 것이 많다. 기왕 세계 무대로 진출할 거면 영어 공부를 했으면 한다."는 바램도 전했다.

자신의 은퇴 경기에 프로데뷔를 하는 후배 김효주(18.롯데)에게 "아마추어로 좋은 성적을 내다 프로가 되어 주춤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효주는 잘 할 거라 믿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로 성적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하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대회에서(LPGA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하면 생각이 바뀔 것 같아 연습하지 않고 출전하니 좋은 성적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로 은퇴의 아쉬움을 달랬다.

김미현은 오는 19일부터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Par72.6천364야드)에서 사흘간 열리는 LPGA투어 LPGA하나외환 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은퇴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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